니체와 맹자의 상반된 도덕관과 현대사회 적용방안 탐구
서평 : 「도덕의 계보」 를 읽고
김준호
서론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체계인 도덕은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또한 도덕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도덕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물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철학자들의 궁금증이었다. 특히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그의 저서 「도덕의 계보」에서 당시 도덕을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 두 갈래로 구분하고, 노예 도덕은 주인 도덕에 반작용으로서 생성된 피지배층의 가치 전복적, 자기 기만적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맹자는 그의 대표 저서 「맹자」에서 “측은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측은지심은 어짊(仁, 어질 인)의 실마리”라고 말했다.[1] 맹자의 “사람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주장은, 노예 도덕은 주인도덕에 대한 반동적인 도덕이라는 니체의 주장과 배치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니체와 맹자의 상반된 도덕관을 비교하고, 나아가 두 철학적 관점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니체의 도덕관: 주인도덕과 노예도덕
니체는 도덕을 고귀한 도덕(주인 도덕)과 자기 기만적 도덕(노예 도덕)으로 구분하고, 여기서 발생한 선과 악의 개념은 특정한 세력의 의도에 따라 구성되며,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체에 따르면 성직자들은 이러한 선악 개념을 이용하여 민중들을 규합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영위하고 있는 영리한 사기꾼이었다. 니체가 바라본 그리스도교적 도덕은 대표적인 노예 도덕으로 사람들에게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을 심어주는 거대한 전염병이었고, 그리스도교적 도덕이 지배하는 유럽은 거대한 정신병원이었다(도덕의 계보, P.305).[2]
니체가 말하는 주인 도덕은 고귀하고 강한 자의 도덕으로,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건강한 도덕이다. 니체는 이를 통해 주체적인 개인의 활력을 강조했다. 니체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주인도덕을 따르는 고귀한 자가 있는 반면, 이에 반하는 노예 도덕을 따르는 저급한 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귀한 자들은 저급한 자들을 지배하기를 원하며, 이러한 지배욕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고귀한 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통틀어 니체는 “거리의 파토스”라고 불렀다.
노예 도덕은 저급한 자로부터 주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저급한 자들도 고귀한 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자연스러운 지배욕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과 고귀한 자의 차이점이라면, 그러한 욕구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와 능력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불쾌감과 분노감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좋고 나쁨의 가치체계를 전복하는 행위에서 노예도덕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저것은 신포도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솝 우화의 여우와 같이, 남들을 지배하지 못하는 불만족한 피지배층들이, 남들을 지배하는 것은 나쁘다는 가치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의 구분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이라면 거리의 파토스를 지니고 주인 도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인 도덕이야 말로 실로 자연스럽고 삶을 활력을 가진 채 살 수 있게 한다고 보았다. 그는 능력있는 소수가 무능력한 다수를 지배하는 과두 정치, 귀족 정치가 바람직한 정치형태라고 주장했으며, 민주주의는 노예도덕을 대표하는 정치형태라고 바라보았다.
맹자의 도덕관: 측은지심과 인(仁)
맹자는 인간 본성에 잠재되어 있는 측은지심과 인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인 측은지심이 존재하며, 이것을 인간 본성의 근거라고 보았다. 측은지심과 인을 바탕으로 맹자는 지도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로, 백성을 위한 정치인 민본사상(民本)을 주장했다. 맹자는 도덕적 통치자가 남을 긍휼히 여기는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정치를 할 때 사회가 안정된다고 주장했다(손희욱, P.225). [3]
맹자의 이러한 인식은 후대에 “성선설”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이해되고 있다. 맹자는 “어린 아이가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본다면, 모두 두려워 놀라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는 의도도 아니고, 고을 친구의 칭찬이 필요한 까닭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은지심의 예시는 인간은 누구나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성선설의 핵심 근거이다.
맹자는 인간이 때로 악한 모습을 띄는 것에 대해, 비록 선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이라도 자라나는 과정에서 수양을 하지 않으면 악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맹자는 개인의 수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치자가 민본 사상에 따라 백성을 위해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체와 맹자의 도덕관/정치관 비교
니체와 맹자의 도덕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상반된다. 먼저 선(善) 개념의 기원에 관하여, 니체는 “선은 노예 도덕으로 주인 도덕에 대응하여 반동적 생겨난 개념이다” 라고 주장한 반면, 맹자는 선은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으며 주체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다”고 주장했다. 옳고 그름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니체의 주장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동물과 같이 욕구만 존재한다는 동양의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선과 악의 기준이 변화하는 현상을 적절히 설명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맹자가 제시한 측은지심의 예시와 같이, 시대와 문화에 불문하고 보편적인 인간 누구에게서나 관찰되는 본능적인 공감 능력의 예시는 설명되지 않는다.
두번째 차이점은 도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니체는 노예 도덕은 개인의 자유로움을 방해하고 사회의활력을 저하시키는 전염병과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했지만, 맹자는 민본 사상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이 모든 백성을 이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강자의 도덕인 주인 도덕을 통해 개인의 창조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기준에서는 니체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안정되어야 피지배층뿐만 아니라 주인 도덕을 따르는 지배층 역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맹자의 민본정치를 통한 안정적 통치기반의 중요성을 니체의 정치관이 대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 사회의 적용
앞서 살펴본 니체의 주인도덕과 맹자의 측은지심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에까지 여전히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니체의 주인 도덕은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현대사회의 능력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와 맞닿아 있고, 맹자의 민본사상과 측은지심에 기반한 통치 체제는 현대사회의 평등주의, 기본복지와 맞닿아 있다.
니체의 주인도덕과 리더십
니체의 주인 도덕은 개인의 창의성과 혁신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현대의 기업 문화에 적용될 수 있다. 혁신적 리더십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아이디어와 이를 이끌어가는 추진력으로 이루어진다. 주인 도덕을 기본 철학으로 하여, 기업 내 사원들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보장하고 그에 맞춰 인사고과 평가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사원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함으로서, 기업 내 활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만의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촉진하고 있다.
맹자의 측은지심과 사회 복지 정책
맹자의 측은지심과 민본 사상은 그 목적이 사회의 안정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사회 복지 정책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과 실업급여 그리고 기본소득정책의 기반에는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는 민본사상의 개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불어 최근 부상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 정책의 기반을 마련할 때 맹자의 기본 사상을 적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이익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직원들의 업무환경과 복지를 향상시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윤리적 경영은 ESG 경영의 핵심 원칙이 되었다. 현대 사회의 기업 경영자들이 맹자의 민본사상을 고려해 경영원칙을 수립한다면, 경영 안정성 및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두 관점의 조화로운 적용 방안
니체와 맹자의 도덕관은 상반되지만, 두 개념을 적절히 수용하여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있다. 니체의 철학에기반하여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창의성 발휘를 촉진하면서도, 그로 인해 집단의 조직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집단 내 개인과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직원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독려하는 인센티브 지급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전체 직원들의 복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이 있다. 국가 경영 측면에서는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 출현할 수 있도록 기업 관련 정책을 손보면서도, 이로 인한 혜택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보장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결론
본 글에서는 니체의 주인도덕과 맹자의 측은지심, 인, 민본사상을 비교하여 두 철학자의 견해 차이를 살펴보았다. 두 철학자는 크게 도덕의 기원과 도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이러한 상반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현대 사회에서 니체와 맹자의 도덕관은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개인주의적인 니체의 주인도덕은 맹자의 민본사상으로 안정성을 획득하고, 반대로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맹자의 철학은 니체의 주인도덕으로 창의성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두 철학의 조화로운 적용은 공동체의 균형된 발전을 위해 필요하며,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면에 적용될 수 있다. 통치에 철학이 부족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고, 사회는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현대 사회의 경영자들은 두 철학자의 주장을 현대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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